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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이야기

[예수성심성월] 예수성심 의미와 신심의 목적

 

1. 예수성심 성월의 의미와 성심 신심의 목적

 

교회는 “예수성심 대축일”이 있는 6월을 예수성심 성월로 제정해 예수성심을 특별히 공경하는 달로 삼고 있다. 그래서 예수성심 성월에는 인간에 대한 예수님의 무한한 신적·인간적 사랑을 묵상하고, 그 사랑에 합당한 기도와 희생 그리고 보속을 통해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다짐하는 달이다.

전통적으로 교부들은 예수의 성심에서 세상을 살리는 구원의 생수가 흘러 내리고, 성신과 함께 예수의 마음을 초자연적 은총의 근원으로 보았다. 그리고 아담의 늑방에서 하와가 탄생했듯이 새 아담이신 그리스도의 늑방(심장)에서 새 하와인 교회가 탄생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따라서 예수성심에서 나온 교회의 일원으로서 우리의 마음을 예수 성심과 더욱 일치시키기 위해 특별히 성시간을 자주 드리고, 성월기도로는 ‘예수 성심께 천하만민을 바치는 기도’를 바친다.

예수성심 신심의 목적은 한마디로 인간이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예수성심과 함께 또 예수성심을 통해 사랑으로 보답함으로써 첫째 계명(신명 6,5; 마태 22,37-38; 마르 12,29-30; 루가 10,27)을 더욱 효과적이고 온전하게 이행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 성심 신심은 단순히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증거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무한한 사랑, 목숨까지 바친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응답을 예수성심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응답은 사랑의 실천이요 사랑의 보답이다.

 

2. 예수성심 신심의 기원과 발전

 

예수성심 신심은 분명히 신앙의 공적 대상에 대한 흠숭과 예배는 아니다. 우리가 예배하고 흠숭해야 할 대상은 삼위일체 하느님이다. 그러나 지상에 강생하신 하느님인 예수 그리스도의 지극히 거룩한 심장, 마음, 그 뜨거운 자비심은 정상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경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이 예수성심에 대한 공경의 근거는 성서나 교부들의 가르침 등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호세아서, 이사야서, 예레미야서 등에서는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을 계약의 개념으로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즉 하느님의 사랑은 백성에 대한 임금의 사랑, 자녀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이사 12, 3 ; 에제 47, 1-12 ).

요한 복음에서는 그리스도의 늑방에서 구원의 생명수가 첫 성령강림절부터 끝날 때까지(요한 7, 37-39, 19, 33-37) 계속하여 온 세상으로 흘러 내릴 것을 약속한다.

히뽈리뚜스, 이레네오, 유스티노, 치쁘리아노 같은 위대한 교부들도 예수님의 마음에서 세상을 살리는 구원의 생수가 흘러 내리므로 성령과 함께 예수성심을 초자연 은총의 근원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교회의 전승은 아담의 갈비뼈에서 이브가 태어났듯이, 새 아담이신 그리스도의 심장에서 새 이브인 교회가 탄생했다는 가르침을 전해 오고 있다.

중세기에는 예수님의 심장, 마음을 은총의 샘으로 보는 교부들의 가르침에서 점점 예수성심을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공경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었다. 이 때의 인물로는 안셀모, 베르나르도, 보나벤뚜라, 대 알베르또 및 카타리나 같은 중세의 유명한 성인, 성녀들이 예수성심 공경의 대표자들이었다. 예수성심에 대한 공경은 중세를 거쳐 근세까지는 주로 수도자들에 의해 전파되다가 차츰 평신도에게로 퍼져갔다. 예수성심 공경에 대한 신심에 열심하였던 곳은 베네딕트회와, 예수회, 살레시오 성인과 샹딸 성녀가 세운 방문회 등에서 발전, 보급되었다.

이때까지도 예수성심이 공적 공경의 대상이 아니었으나, 드디어 프랑스 방문회의 수녀였던 Margaret Mary Alacoque(1647-1690) 수녀에게 나타난 예수님과 성심의 메시지 이후로 예수성심 공경을 공적으로 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예수께서는 2년 반 동안 말가리따 알라콕 수녀에게 나타나 당신 성심에 관한 것을 계시하심으로써 당신 성심이 세상 어디서나 신뢰와 사랑, 봉헌과 흠숭, 또 보속과 희생을 받기를 원하셨다. 예수께서 말가리따 알라콕 수녀에게 나타나신 당시 1673년의 세계 역사는 루터, 칼빈의 종교반란 이후 영국의 교회분열(헨리 8세의 이혼으로 인한 영국교회의 가톨릭과의 분리), 30년 전쟁, 프랑스의 갈리카니즘(Gallikanismus), 그리고 계몽주의 사상과 왕권신수설, 국가절대주의, 얀세니즘 등이 교회를 괴롭히던, 교회 안팎으로 매우 어지러운 시기였다. 이러한 시기에 예수께서는 많은 죄인들, 현학자들, 정치가들의 냉담과 불신, 합리주의와 유물론 및 신()과 신앙보다는 학문과 이성이 인간의 중심으로 지배해가던 이 죄악이 넘치는 시대에, 당신 성심에 대한 공경과 사랑이 이에 대항할 강한 무기와 보루가 되길 원하신 것이다. 그래서 16731227일 말가리따 알라콕 수녀에게 당신의 살아 움직이는 심장을 보이시며, “내 거룩한 마음(심장)은 인간에 대한 사랑, 특히 너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차 있다. 내 사랑은 그 불타는 사랑의 불꽃을 더 이상 내 마음 속에 가두어 둘 수는 없다. 너의 수고로 이 불꽃은 널리 퍼져야 한다. 내 성심은 사람들에게 그 사랑의 홍수를 퍼부어 성덕과 구원의 은총으로 그들을 부요하게 하고 마침내 멸망의 구덩이에서 건져내려 한다. 나는 너를 부당하고 무식한 그대로 간택하여 나의 계획을 완수하려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 계획은 온전히 나의 것임을 모든 이들에게 분명히 드러내려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며, 그 후로도 자주 특히 매월 첫 금요일에 발현하셨다. 때때로 예수성심은 태양보다 더욱 빛나고 수정처럼 투명하며 보랏빛 왕관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십자가가 있고, 상처가 박혀 있으며, 불꽃으로 타는 것 같았다. 예수께서는 당신 성심을 드러내 보이시면서 다음의 공경행위를 당부하셨다. 매월 첫 금요일에 보속을 위해 영성체를 하고, 매월 첫 목요일에 한 시간씩 성시간을 가지고 성심상에 대한 특별한 공경심을 가질 것과, 미사와 성무일도가 따르는 축일을 지키고, 개인, 가정, 국가의 공식적인 봉헌행위를 하고, 아침에 특히 모든 마음과 힘을 다해 예수님께 바칠 것을 명하셨다.

특히 성체성사 안에서 당신께 특별히 보상적 사랑을 바칠 것을 호소하시고 1675616일과 20일 사이의 발현에서는 당신 성심을 수녀에게 보이시며 보라! 사람들을 이렇듯 사랑했고 그들에게 이렇듯 많은 은혜를 베풀었건만, 이 무한한 사랑에 대해 오직 배은망덕만 당하는 이 성심을! 내 성심은 망각, 무관심, 무례를 견디고 때로는 특별한 사랑의 유대로써 내 성심과 밀접히 결합된 이들로부터 이 모든 능욕을 당한다.” 라고 호소하셨다. 그후 예수께서는 당신 성심을 영화롭게 공경하는 축일을 교회가 제정하여 지킬 것을 수녀에게 청하시고, 그날 영성체하고 제대 위에 현시되는 동안에 당한 모든 능욕과 모욕을 보상하는 영혼들은 예수님께 행한 능욕들을 기워 갚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대축일 8부 후 금요일에 지내는 예수성심 대축일의 설정 근거가 여기서 생겨났다. 이 축일은 1856년 비오 9세 교황에 의해 온 성교회의 축일로 확대되었고, 1956년 비오 12세께서 예수성심 공경의 신학적 근거를 제시한 회칙 Haurietis Aquas를 반포하여 예수성심 공경은 더욱 권장되기에 이르렀다.

 

3. 예수성심 성월을 맞는 신앙인의 자세 

 

예수성심 성월은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신 나머지 인간으로 오셔서 죽기까지 하신 예수성심의 사랑을 묵상하며, 그 사랑에 합당한 응답의 생활을 할 것을 다짐하며 보속과 희생의 생활을 실천할 것을 요청한다. 그럼으로써 첫째 계명인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특히 오늘날처럼 생명경시 풍조와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는 현실에서 예수성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고통을 받고 계시기에 우리의 보속과 희생의 실천은 더욱 절실하게 요청된다. 6월 예수성심 성월을 맞아 나의 삶 안에서 예수성심께 다시금 가시관을 씌우고 있는 점은 없는지 반성하고, 동시에 우리 모두의 죄 때문에 고통받으시는 예수성심을 위로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묵상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이 세상은 예수성심의 뜻대로 사랑이 흘러넘치는 하느님 나라가 될 것이다.